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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오후에 몸은 나른하고 찌뿌등하다 .

블로그를 하는 것이 못내 지치기도 하고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귀한 시간들에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을 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더위에 축축 늘어진 우리냥이들 ,늦은 오후께면 텃밭이나 화단에서 마른 더위를 참지 못해 튀어 나올 지렁이들을 위해

나는 아침 일찍부터 물을 흥건하게 화단에 뿌려 주어야만 한다.

우리 화단과 텃밭에는 왠 생물체들이 이리 많을까,

 

                                                           옥상 텃밭에서 일차 수확한 참외와  익어가는 도마토

 

 

개미떼는 산재해서 동물성 영양을 보충하려고인지 떼거리로 달려들어 지렁이나 집게벌레를 공략하고 다닌다.

초봄이나 이른 여름에는 유독 석류나무에 진드기들이 기승을 부리고 더덕 더덕 개미떼들이 달라붙어 가관을 이룬다.

진드기가 내뿜는 액물을 먹는가 보다 ,개미와 진드기는 공생관계라고들 한다 .

시골에서 가져온 흙에 이것저것 집을 삼아 놓았으니 엉겹결에 딸려 들어 왔던 화단의 생명체들은 비좁은 집을 영역 삼아

그날 그날을 살아 가야만 하는 것이 줄기찬 싸움에 행보일수 밖에 없다.

아침 일찍 화단에 물을 주려 밖을 나가 보면 밤새 나와 고통하다 말라 비틀어진 지렁이들이 아랫층 계단 아래까지 널부러져  있다.

어쩌다 새벽이나 아침 일찍 튀어 나온 지렁이들은 꼬물거리며 개미떼나 다른 적으로부터 몸을 가리려 애를 쓰고 있다.

나는 재빠르게 놓아둔 텃밭용 모종삽을 들고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마른 나무가지로 밀어넣어 지렁이가 거할만한 안전한 처소를

찾아 놓아주고 물조롱에 물을 담아 부어 주곤한다 ,그래야 마른 몸이 건강을 회복할수 있으며 개미떼의 공략을 피할수 있는

여유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텃밭의 최고의 우두머리들은 당연 개미떼다 ,언제 그렇게 번식을 했는지 떼거리로 행진해 다닌다.

하루는 텃밭의 개미떼와 화단의 개미떼가 서로 싸움이 붙었나 싶게 시커멓게 충돌을 하고 있었다 .

 

가히 놀라운 풍경에 새삼스레 웃음도 나오고 신기한 광경에 눈여겨 보는데 떼거리 전쟁을 방불한 모습이다 .

총기가 없던 날들에 싸우는 전사들같은 모습이다. 

너무 놀라운 광경이라 사진을 찍을 생각도 못하고 열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어느순간 전쟁을 그만 두기로 한 모양인지 

마치 모세의 홍해수가 갈라지듯 양쪽으로 확  갈라서고 만다.

희귀한 광경이다.뿐만이 아니라 적군의 시체인지 아군의 시체인지 부상 당하고 죽은 개미들을 하나씩 물고들 사라진다 .

 

그들의 거처는 당연 옹기 종기 앉은 작은 상자들 안에 있는 개미 방주일것이다.

깊지도 않는 흙속에서 추운 겨울을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봄이 되면 여전히 기지개를 켜고 나타난다.

 

 

                                        텃밭의 열매들,  모양은 없지만 맛은 상큼하니 좋다..

 

처음 개미가 화단에 등장 하던날 나는 그 작은 생명체 하나도 밟지 않으려고 애를썼다 .

혹시나 남편이 화단 주위를 걸어 다니며 밟혀 죽을까봐 조심 하라고 주의를 주며 애를 써 대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마구 잡이로 걸어 다니며 밟히든 말든 조심하지 않으니 화가 난 모양이다.

 

집안을 깨끗이 한다고 하며 둘러멘 빗자루를 들고 화단 앞을 마구 쓸어대고 깨끗한 환경에서 남편과 차 한잔 하며 시간을 보내는게 좋아서 

물 청소를 싹싹 해 대었던 내가 어느날 물에 떠밀려 내려가는 개미떼를 보고 주춤해지고 말았다.

그래 나 살자고 깨끗한 환경을 만들자고 이런 애꿎은 생명체들을 죽인다는 말이던가.

처음부터 시골에서 흙을 가져 오지나 말지..나를 위해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 텃밭을 가꿔 먹고 산다고 시골에 흙을 마구 파헤쳐 작은 생명체들의 터전을 헐어버리고 서로 이산 가족이 되게 하였으니 내 잘못이 크고 많은 셈이다.

사람도 자기 살던 환경을 벗어나기가 참 힘들다 .하물며 작은 생명체들이 자신의 환경을 벗어나 낮선 환경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삶이

얼마나 어려울까,자신의 환경을 벗어난다면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                                    이제 꽃대가 나오고 있는 키가 큰 칸나 줄기와 그 잎파리들

 

허리가 아파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데 남편이 한아름 꽃 무더기를 꺽어 왔다,수술을 두번이나 한 까닭에 지쳐있는 내게 깜짝 새힘을  

주기 위함이었다 ,나는 내심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입원하느라 많은 시간 집을 비운 까닭에 우리 냥이들과 화단의 생물들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까.남편이 집을 왕래하며 냥이들과 화단을 돌본다고 하지만 항상 내 차지였던 돌봄의 위치가 바뀌어서

그곳이 시원치는 않았을 것이다.

 

시원스레 위로 뻗은 키큰 칸나를 한 웅큼 꺽어 보라색 진귀한 국화와 코스모스까지 곁들어 한아름 꽃 무더기를 들고 들어오는 남편에게.

나는 반가운 기쁨 보다 못내 서운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감추려고 얼마나 애를 쓰고 있었던가.

병실의 환자들은 남편을 칭찬하며 대접 받는 나를 부러워하느라 정신이 없다.

 

 

화단에서 이제 꽃을피우는 칸나

 

 

꺽여진 꽃무더기 줄기를 따라 붙은 작은 개미들과, 무당벌레, 뿐만이 아니라 또 다른 무엇이 있었을까.

그것들은 혹여 실린 차에 떨어지고 걸어오는 도중에 거칠고 혹독한 시멘트 바닥에 떨어져 전혀 다른 환경 속에서

삶을 찾아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시골에서 이산하게 한것만도 미안한데 이제는 흙 한줌없는 소독 냄새가 풍기는 이곳까지 ,...

그런 남편이 서운하다 못해 화가 나기까지 한 나는 조용히 얼굴을 붉히며 반감을 표출했지만 ,.이미 거처를 잃어버린  작은 생명체들과

나의 작은 고통일수밖에 없었다...!. 

화병이 없어 커다란 물통에 꽂아놓은 칸나 줄기에서 개미가 몇마리 기어 오르고 있었다.

나는 재빨리 잡아서 병실 바닥에 떨어지기를 조심하며 어디다 놓아 줄까를 고심한 끝에야  흙이 있는 병원 주차장 옆 화단이 생각이 났다 .

종이컵 속에 넣은 물속에 개미를 넣고 나서는 남편에게 놓아주라고 건네 주었다.

개미는 물속에서 잠시 기절할지라도 다시 살아나는것을 여러번 경험으로 나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유심히 바라 보는 사람들에게 내 아내는 개미 한마리도 죽이지 못한다고 말하는 그가 얼마나 야속하던지..

그래 개미 한마리도 죽이지 못하는 나를 알고서도 붙은 개미를 털어내지도 않고 여기까지 달고 와서

그 고통을 준다 말이냐,라고 소리하고 싶었다.

병실 바닥에 떨어져 온데 간데 없어진 또 하나의 개미 한마리 안타까운 마음에 이리 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날 엄마처럼 따르던 오랜 친분의 딸 아이가  병실에 떨어진 개미를 이리 저리 찾다가 발견하고는 여기 있다고 소리쳐서 어찌나 반가웠던지.

병원 화단에 잡아서 내려 놓자라는 나의 말에 이 어린아이는 놀라운 지혜를 네게 선사해 준다.

화단에서 가져온 꽃잎을 종이컵에 넣고 그 속에 개미를 놓아 넣어서 작은 비닐 랩으로 묶고 공기 구멍을 뚫어 다시 개미가 살았던 우리집 화단에 놓아 주라는 것이었다 ,어찌 기발하고 지혜로운 아이만의 순수하고 깨끗한 발상이 아닐까 ..

나는 그 아이가 좀더 일찍 병원에 찾아 왔었더라면 나의 조급함과 무지속에 아까 그 병원 화단에 놓아 주었던 그 개미 마져도

집으로 돌아갈수 있었을거라 생각하니 못내 아쉬움을 감출수가 없었다.

 

                                    맘이 약하신분은 징그럽다고 놀라지 마세요.^^

                                                아래는 지렁이 사진이랍니다.^^

                                                                                      

 

                                             화단의 이름모를 화초 4계절 꽃이 핀다

 

                                                           

                           모든 유기 동물들은 죽어 흙속의 양질의 거름들이 된다.

 

그런 내가 이제 개미들을 발로 밟아도 세심하게 돌아보지 않는 허술함을 보인다 ,아니 난  매우 화가 난 것 같다..! 

화단의 거처가 너무 비좁아 먹고 사는 영역의 한계가 있어서일까,  단백질을 보충하려는지 지렁이들을 마구 잡이로 잡아서 포위하고

포식할만한 꿈틀거리는 것이라면 모두 다 공격하는 개미떼들을 보고 난 진력이 난 것이다.

 

그래 너희도 전쟁이구나 ,대 규모의 전쟁 ,인간을 비롯한 모든 피조 세계가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대규모의 전쟁을 치르지 ..

저 위에서부터 아래 밑바닥까지 이 세상은 보이게 혹은 보이지 않게 전쟁 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고 조그만 화단 속에서도 평화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주 많이 착찹해졌다..!

 

                                                                                

  

                   

                          아침마다 부는 옥상  텃밭의  나팔들처럼 올해는 좋은 소식들이 들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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